철안드는 습관

그에 대해 생각할 일들이 너무 많다. 그를 미워하고 그를 탓하고 그를 비난할 생각거리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있다. 그를 미워하면 내 자신이 더 비참해질 것 같다. 그보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본래 책임전가하는 성격이지만 이번만큼은 나는 성장하고싶다. 이미 키도 남들보다 크지만 "너 요즘에 키 많이 컸다?" 라는 빗대어 하는 소릴 듣고싶다. 대체 철은 어떻게 드는건지 모르겠다. 이런 타령을 해대면 너정도면 충분히 철들었고 충분히 어른스럽다는 대꾸를 듣는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나를 깊숙히 잘 알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나는 영원한 아이일테지만 엄마가 나를 철없다고 책망하면 그 말을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어찌되었든 불쑥불쑥 그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려 할 때마다 나는 자세히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도움이 안되는 일이다. 이제와서 그를 미워해봤자 뭐하겠는가. 내스스로 피하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정작 정면승부로 붙어 그를 죽을만큼 미워하고 한맺힐만큼 억울해하고 모든 이유들을 가져다 붙여서 그에게 죄목을 씌우고 선고를 내린다 한들 변하는 것은 없다. 그러면 내 마음만 더 황폐해지겠지. 그래서 지극히 이기적인 본능으로 내 자신이나 채찍질하고 갈고 닦아서 앞으로 이 인생 더 열심히 잘 살아볼 요량인 것이다. 그래도 정면승부를 한다면 단 한가지 좋은점은 이별적응기간이 단축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워하면 빨리 잊을 수는 있겠지.' ' 이걸 토대삼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지.' 하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속이는 건지 모르겠다만 별로 슬프지 않다. 저녁산책을 하다가 이모한테 물어보았다. "나 그렇게 슬프지 않아. 나 왜이래? 이럴수도 있는거야?" 돌아오는 대답은 뻔한 이야기였다.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그럴수도 있다는 것. 그런것 같지는 않는데. 어찌되었든 난 별로 슬프지 않은게 속상하다. 슬퍼야 철도 들고 다시 이런 반복을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경험에서 하나도 배우지 못하고 또 멍청한 짓을 반복할 것만 같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더 불안하게 한다. 어쩌면 이런 일들이 부작용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책을 많이 읽으면 사유력만 쓸데없이 강해져서 나같은 애들이 생기는데 요지는 뭐냐면, 아무리 힘든일이 일어나도 '별일 아니야' 라고 우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마음에는 믿음과 신념이란게 있어서 우기다보면 실제로 그렇게 믿을수 있기도 하니까. 대충 그렇게 대뇌 어딘가쯤 음침한 동네에 쇼크들을 묻어버리면 그냥 멀쩡하다. 시간이 흐르면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지만. 나는 거의 모든 기억들을 묻는다. 그래서 헤어진 남자와도 거의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마는 것이다. 다시 시작할 때는 과거의 그 어떤 불가능의 이유들도 떠오르지 않는다. 완전한 리셋. 그게 내 성품중의 하나다.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단기성 치매환자. 그래서 매번 철이 안든다는 말을 듣는것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 나는 그런 나자신이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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