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어른남자

사실 갑자기 내가 울어제꼈던 순간은 둘이서 계약했던 문제들을 다시 취소처리하느라 서류작업을 해야만 한다는걸 알게된 때였다. 그 순간 그 일들이 너무너무 못참을만큼 하기싫었고 그냥 짜증이 치솟아 올랐다. '내가 누구때문에 일도 그만두고 연락두절한채 집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일처리를 꼭 내가 해야하나'하고 억울함에 부아가 치밀었다. 실은 일도 쉬려고 했었고 지금의 나는 다른 사업을 구상중이었고 사람들을 만나는게 피곤해서 집에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여하튼 나는 그에게 서류작업을 대신해 줄 것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남겼고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목소리는 거의 엉엉까지 갔던것 같다. 울면서 나는 격해진 내 감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는게 당황스러워서 금방 눈물을 그쳤다. 내가 원래 이렇게 감정적 짐을 못견뎌 냈던걸까? 스트레스가 심해서 이렇게 된걸까. 나는 아직도 싫은일은 죽어도 싫다. 그래서 해야만 하는일이 반갑지 않으면 죽어라고 회피를 라는것 같다. 빨리 해치우고 부담감을 덜어내는것이 더 좋은데 말이다. 어차피 내가 해결해야 될 일이다. 감정의 마무리도 관계의 정리도 모두 내 몫이다. 어차피 맞서야 되는 일이라면 깔끔하게 끝내자. 고집부리고 피하려하지 말자. 헤어진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늘 희미해져버린다. 좋은사람이라는 이유가 수백가지 있지만 치명적인 이유를 기억해야한다. 문제가 있을때 아무것도 해결못한채 회피하기만 하고 동굴로 들어가버리는 남자. 그래서 모두가 나를 말렸다. 연락은 두절이 되고 한달만에 만났을 때도 그 문제에 관해서 한마디 말도 꺼내지 않았다. 내가 그를 보챘던걸까. 아니다. 나도 참을성이 없기는 하지만 충분히 시간을 더 주었어도 똑같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을 주었다.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결국 그는 아무말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모든 약속을 깨뜨리면서도 끝까지 그는 보듬어주지 않는 나를 비난하기만 했지만 그것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늘 그를 안아주고 보듬어주었었다. 여리고 약한 그의 마음을 보살펴주는게 늘 내 몫이었다. 결국은 그는 힘든일을 잘 대처할 정신력이 없었고 늘 그렇듯이 비겁했다. 나는 인정해야했다. 비겁한 것도 그의 선택이라는 것을. 내가 한번 더 물러섰을지라도 우리 운명은 결국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사실이다. 남자의 회피하는 본능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기억하자. 다음번에는 스스로 해결능력이 있는 진짜어른남자를 만날 것. 그렇지만 나는 그런 진짜어른남자를 살면서 본적이 별로 없다고 해야하나. 남자는 본능적으로 회피의 동물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진짜어른남자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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